눈 내리는 것이 귀하던 남쪽나라 살던 시절, 반팔차림에도 눈이 내리면 벌떡 내려가 뛰어다니며 눈 한송이를 입속에 넣어보려

그렇게 아이들이 모이더랬다. '싸매고 나가라, 감기걸린다'라는 어른들의 충고도 잊은채 그렇게 눈을 맞이했었다

좀 더 커서 학창시절, 북쪽나라로 옮겼어도 공 하나만 있으면 우리는 웃통 벗은채 눈이 와서 추워도, 미끄러져도 

마냥 좋아서 뛰어다녔다 다음날 감기를 걸려 콜록거려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

어제부터 오늘까지 눈이 많이 내렸다 어느덧 세상을 많이 알게 된 나는 우산으로 눈을 피하며 꽁꽁싸매고 바쁜 걸음만을

재촉한다 옷에 붙은 한톨의 눈송이에도 자비란 없이 툭툭 쳐내버린다 어느덧 눈에 대한 설레임도 함께 툭툭 쳐내버린다